징검다리-이창수
대표 최은순
작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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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1 19:56
젖은 물무늬를 닮은 붕멍치
제 몸 크기의 돌 옆에 엎드려 있다
물결 따라 꼬리만 흔들지 않는다면
영락없이 돌멩이다. 하필 닮을 게 없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돌멩이를 닮았을까
노인이 징검다리를 밟고 강을 건넌다
붕멍치가 놀라지 않게
느긋하게 강을 건너는 걸음걸이로
소금쟁이가 구름 밟고 하늘을 건넌다
죽은 나무 뾰족한 가지에 앉아
생을 쉬어 가는 고추잠자리
가만 보니,
잔물결 위 머리 내밀고 있는
돌멩이 하나하나마다
길이 되어 주는 것이 아닌가
입술-허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