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의 사시나무-정지웅
대표 최은순
작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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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7 21:29
그래 아직은 행복하구나
네 그루터기에
부모 없는 잡풀 몇 키우고 있구나
호주머니에 숨어있는 한 가계의 벌레들
잎사귀에 재우고 나뭇가지에 앉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모두들 잘 보살펴 주었구나
작년부터 꽃 피우지 못하여
영양제 꽂고 긴 겨울을 나더니
올해도 꽃 한 송이 없이 낙엽만 태우고
지붕 없이 살아가는 새들의 엄마가 되었구나
산다는 것은 숨이 내려앉는 순간까지
제 것이 아닌 목숨들을 껴안고 사는 일
죽어서도 발끝을 모아
가까운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일이었구나
수면 위에 배 한 척 떠 있지 않아도
강물은 흐르고 갈대는 손을 흔든다
어름치는 네 머리 위를 지나 떨어진
가슴 뜨거운 별을 남몰래 주어 먹고
나는 떨어지는 낙엽들을 주어다
세상 슬퍼하는 사람들과 빵을 구워야겠다
잃어도 모든 것이 온전할 사시나무여
눈 내리는 캄캄한 밤이 오면
너의 가지마다 살찐 빵을 달아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