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平 -문태준
대표 최은순
작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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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4 09:13
단 하나의 잠자리가 내 눈 앞에 내려 앉았다
염주알 같은 눈으로 나를 보면서
투명한 두 날개를 水平으로 펼쳤다
모시 같은 날개를 연잎처럼 수평으로 펼쳤다
좌우가 미동조차 없다
물 위에 뜬 머구리밥 같다
나는 생각의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는데
가문 날 땅벌레가 봉긋이 지어 놓은 땅구멍을 보고
마당을 점점 덮어오는 잡풀의 억센 손도 더듬어 보는데
내 생각이 좌우로 두리번거려 흔들리는 동안에도
잠자리는 여전히 고요한 수평이다
한 마리 잠자리가 만들어 놓은 이 수평 앞에
내가 세워 놓았던 수많은 좌우의 병풍들이 쓰러진다
하늘은 이렇게 무서운 수평을 길러 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