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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幻想痛)_김신용

대표 최은순 0 995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배어 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 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木質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리쳤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는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은? 
 
허리 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 없고, 바퀴 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 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잇는 창 밖, 
 
몸에 붙어 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명 몸에 붙어 있는데
사라져 버린 듯한 그 상처에서, 끝없이 통증이 스며 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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