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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정재숙

대표 최은순 0 969


껍데기만 남은 건

다 어미다.

할머니 그러셨다.

골뱅이 껍질 같다 골뱅이 껍질 같다.

물거품으로 속을 채운 골뱅이 껍질로

동동 물결 따라 흘러가신지 반백 년도 넘었다.

어머니 그렇게 속 다 파먹힌 빈 껍질로

떠내려간 지도 수십 년 되었다.


말없이 사라지는 거 그거 다 어미다.

해거름 녘 물 속 너럭바위 위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던 새끼 골뱅이들

내 아직 어릴 적 그 골뱅이들

그 어미에 그 어미에 그 어미였던 것들

그 새끼에 그 새끼에 또 그 새끼였던 나도

그 어미들처럼 동동 물 위에 떠서

흘러가겠지.


껍데기만 남은 어미는

이제 어미가 아니다.

흘러도 자꾸 흐르는 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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