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9
어제
177
최대
835
전체
519,958

임동확 시인 추천도서

2018.12.23

밀린 일기를 쓰듯, 숙제를 하듯 시집들을 읽는다.  순전히 모 문학상 예심이 계기가 되었지만, 그러나 모두 읽어 주기를 바라고 보내온 시집들이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로든 그 임무와 의무를 태만히 한 죄는 사죄할 길이 없다(김수영). 외람되게 한 마디 덧붙인다면, 이미 이게 시라고 규정된 요소들만으로 채워진 시는 더 이상 시가 아니다. 오히려 그 시의 본성에 대해 의심하고 회의하지 않는 시는 이른바 ‘이발소 그림’ 같은 한낱 키취(kisch)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족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껏 유명, 무명과 관계없이 보내온 시집들을 집밖으로 내보낸 바 없다. 동업자로서 그들의 고뇌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렴, 한 무능한 독재자를 위해 헌법을 아무렇지 않게 농단하고 유린해온 판사들의 판결문보다 비록 서툴고 어리숙한 태작(怠作)이라고 해도 구두점 하나, 한 문장 때문에 밤새 뒤척였을 시인의 고뇌가 더 값지다.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의 “알파요 오메가다.”(김종삼)

최두석, 『숨살이꽃』(문학과지성사)
 “시인이란 자신의 말길을 열어/세상의 물길과 숨길과/은밀히 소통하는 자이다”(「시인」)
임경묵, 『체게바라 치킨집』(문학수첩)
 “개 도둑놈 보아라/훔쳐간 개 훌륭히 잘 키워서 물려 뒈지기 싫으면//제자리 갖다놔라//개집이 놀고 있다//주인공 白”(「빈집」)
강영은, 『사냥한 시론』(황금알)
  “울 수 없는 난민들이 울 곳을 찾아/나에게까지 왔다”(「아일란 쿠르다」)
휘민,『온전히 나일 수도 당신일수도』(문학수첩)
   “우연을 가장하기 위해 너는/얼마나 먼 기억을 돌아온 거니”(「창 너머」)
하재청, 『사라진 얼굴』(시와 에세이)
  “이제 공식을 잘 외워 문제를 풀게요/공식대로 생각할 게요/명심할게요/다시는 문제를 만들지 않을게요”(「반성문」)
김은경,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실천문학사)
  “오늘 나는/처음 태어나는 그믐입니다”(「무아국수」
최동현,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모악)
  “아프게 남아 있는 성, 순, 애./아직도 너는 우리반이다”(「어전리 3」
함순례,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애지)
 “살아 있음으로/나는 매일매일 격렬하다/기꺼이 하수다”(「나는 하수다」)
송진권,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걷는 사람)
 “펀지기 구정물에 비치는 겨울 별자리처럼/어룽어룽 사는 것이다”(「아궁이 들여다보기」)
김연종, 『청진기 가라사대』(천년의 시작)
  “비와 눈물은 원래부터 한 통속이다 도무지 구별할 수 없다”(「명의」)
정양주, 『별을 보러 강으로 갔다』(문학들)
  “시골집 환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마지막 불빛입니다”(「환하면 끝입니다」)
김명수, 『언제나 다가서는 질문같이』(창작과 비평사)
   “바다는 바다에 다시 묻히고/바다는 바다에서 다시금 태어나네”(「바다무덤」)
김준태, 『밭詩, 강낭콩』(모악)
  “어머님! 당신은 살아서는/내가 밟고 다니는 땅이었습니다”(「노래, 어머니」)
최분임, 『실리콘 소녀의 꿈』(문학의 전당)
“헛간에 걸려 있던 그대의 쟁기날이 내 가슴 한 차례 갈아엎은 후”(「봄이 오는 길」)
윤제림, 『거북이는 오늘도 지각이다』(문학동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모두 우니까//나도 슬프다”(「슬픈 날」)
강지희, 『파랑을 입다』(서정시학)
  “둥글게 굽은 부리로 먹일 사냥할 수 있는 그곳을/천국이라고 불러본다”(「홍학」)
박재연, 『아버지는 여장을 하고』(시인동네)
 “나쁜 것은 안 할라구 그랬지만/가마를 두 번 탄대면야 재취는 재췰세”(「하늘에서 온 꽃가마」)
정영주, 『바당 봉봉』(시와 에세이)
 “설악산 가지고도 모자란/기어이 동해라도 뒤집고와야/펄펄 살아나는 생”(「골목 없는 7번국도」)
김완,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천년의 시작)
 “사과는 잠들지 않는 사랑/살이 꽉 찬 사과는 말이 필요 없다”(「사과를 생각하는 아침」)
김명인,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문학과 지성사)
 “한 번도 제 영역을 지켜낸 적이 없는. 멸치/저걸 덮치려고 고래까지 아가리를 활짝 벌린다”(「멸치처럼」)
 오봉옥, 『섯!』(천년의 시작)
 “죽어가면서도 마지막 한 번/손을 내밀어 보는 이유가/필시 또 있었을 것이다”(「낙엽 한 장」)
유용주,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겨』(문학동네)
 “가장 멀리 퍼져나가는 울음이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비명이다”(「첫눈」)
박완호,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시인동네)
“얼룩줄무늬고양이가 납작 엎드려서는 둘이 주고받는 수작을 눈에 새겨 넣는 중이었다”(「탐닉」)
 이시영, 『하동』(창작과 비평사)
 “하늘에서 내려온 빗방울 속에는/키작은 내 큰어머니 눈물도 섞여 있습니다”(「빗방울」)
장옥근, 『눈맑은그늘나비처럼』(문학들)
 “민달팽이 맨몸으로/지나온 축축한 너의 자리”(「능소화」)
김선태, 『한 사람이 지나갔다』(천년의 시작)
“온다는 기약 하나만으로/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또 기다림-작은 엽서 10」)
이기린, 『’에게』(POSITION)
   “너는 말을 아끼는군//내일이면 늘 괜찮아”(「달, 너의 빰」)
신철규,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문학동네)
  “슬픔의 과적 때문에 우리는 가라앉았다/슬픔이 한쪽으로 치우쳐 이 세계는 비틀거렸다”(「검은 방」)
김만수, 『풀의 사원』(천년의 시작)
“봄 깊고 쑥국 끊는데/한 번도 오지 않으시는/아버지”(「쑥국」)
장석남, 『꽃밟을 일을 근심하다』(창작과 비평사)
 “어머니여/비질 소리가 노래로다/서럽게 서럽게 멀어지는 노래로다”(「낙엽쓰는 노파여」)
김응교,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천년의 시작)
 “화장실 물컵에 들어있는 어머니”(「경전」)
김수복,『슬픔이 환해지다』(모악)
 “얼굴 없는 침묵으로/삐어져 나온 저 노을의 발로 덮어줘야지”(「노년」)
허진아, 『피의 현상학』(예술가)
 “宗婦는 23살 과부다. 아래채 살던 시동생이 말하길 형수님 혼자 밤을 새는데 우리가 같이 자는 건 도리가 아니요. 각방 씁시다”
차주일, 『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POSITION)
 “신이 내게서 목숨을 거두지 못하는 건/내가 사랑한다는 말의 뜻을 실토할 걸 알기 때문이다”(「신의 감찰일기」)
 권정수, 『하늘까지 뻗은 나뭇가지』(시와문화)
“내가 마신 술값을 치르고/기척도 없이 돌아가는 강”(「강」)
문동만, 『구르는 잠』(발걸음)
“술값은 아깝지 않는데 꽃사는 돈은 아까운/체제”(「꽃을 사보자」)
김해자, 『해자네 점집』(걷는 사람)
 “신들이 내 무게를 재고 있네/돌아가면 같아지지 목숨의 무게”(「여신의 저울」)
김명지, 『세상의 모든 사람은 붉어라』(도서출판b)
 “입술을 오므랬다 가만히 열면/그제야 완성되는/엄마라는 소리/엄마”(「엄마라는 소리」)
우유진, 『누군가 말을 걸었다』(시인동네)
유순예, 『호박꽃 엄마』(푸른사상)
  “농사는 적당히만 지으면 재미나는 것인디/시는 써서 어디다 팔아먹으려고 그  고 생이냐”(「인삼막걸리」)
 “날개는 없었지만 누구에게라도 등에 대해/듣고 싶었다”(「손톱 밑이 붉어졌네」)
김성배, 『오늘이 달린다』(모악)
  “믿지 못한 이름 앞에 무릎을 세워 알몸으로 꾹꾹 눌러 찍는 나에게 묻는다//누구냐고?”(「도장을 찍으며 2」)
정성환, 『당신이라는 꽃말』(문학의 전당)
  “소나기에 급히 산 싸구려 비닐우산뿐”(「서열」)
정복선, 『종이비행기가 내게 날아든다면』(시인동네)
“그늘에서 쉬는 사람들도 모두 오래된 사원”(「캄보디아 따르롬 사원」)
오유균, 『리셋』(시인동네)
 “추억은/족히 300년 동안 기름냄새가 난다는 것”(「W507」)
고인숙, 『시련은 깜찍하다』(황금알)
 “앞으로 두 걸음/뒤로 세 걸음 걷는 가을”(「잔치국수」)
김백겸, 『거울아, 거울아』(천년의 시작)
  “인생 백년이 스스로 타고있는 영원한 불길이었나니”(「呪文들의 마력」)
김자흔, 『이를테면 아주 경쾌하게』(시인동네)
 “날카로운 비수 하나 감추고서/세상에서 가장 겸손한 앞발로 내려오시지”(「겸손한 비수」)
원종태, 『빗방울 화석』(푸른 사상)
 “바람이 분다/흔들리는 것으로 흔들리는 것을 붙잡는다”(「흰 노루귀」)
신혜정, 『여전히 음악처럼 흐르는』(문학수첩)
 “나는 해가 닿지 않는 해저/깊은 그 아래서 흐르는 노래이니”(「낮은 자의 경전」)
박성현,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문예중앙시선)
  “산책이란 아무도 모르는 지도를 걸으며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 거리는 것”(「저녁 한때의 카니발」)
 홍사성, 『고마운 아침』(책만드는 집)
  “나 혼자 무슨 재미로 꽃구경하겠는가”(「꽃구경」)
이석구, 『그늘의 초록을 만졌다』(문학의 전당)
“보름달 한 바퀴/간밤에 본 꿈길이다”(「모시나비」)
박철영, 『월선리의 달』(문학들)
 “해준 것 없다고 해줄 것 없다고/살아 생전 마음속 짐까지/챙겨가신 어머니”(「칠월의 논가에서」)
한문석, 『가랑잎 하나가』(문경출판사)
 “쉽게 핀 꽃이 아니다”(「코스모스 연가2」)
금시아, 『금시아의 춘천詩』(책시아)
“꼬리치는 맛은 극비입니다”(「물랑루-얼음낚시」)
송은숙, 『얼음의 역사』(한국문연)
“퉁퉁 부어있다//가만히 만져주고 싶은//저 글썽이는 멍”(「담쟁이의 발」)
정진용, 『여전히 안녕하시지요?』(문학의 전당)
“찍고도 싶겠지, 푸드 포르노/홀로코스트 한 젓갈 들고 붉은 입술/검은 구강으로/아”(「홀로코스트 한입 아」)
백현, 『어제의 나는 내가 아니라고』(서정시학)
 “세상이 다시 나를 눈감아준다”(「부끄러움」)
고훈실, 『3과4』(POEMPOEM)
“등이 등을 믿는다”(「등의 믿음」)
임지훈, 『미수금에 대한 반가사유』(미네르바)
“아무리 빨아도 젖이 돌지 앉아/동냥젖이라도 물고 견뎌야할 시대처럼”(「매화」)
김광렬, 『내일은 무지개』(푸른사상)
“그대로 방임한다면/또다른 방법으로/여전히 관객을 유린할지 모른다”(「관객모독」)
박미경, 『밤이면 거꾸로 돌아오는 흰길』(문학세계)
 “소리는 늘 기도를 갸랑갸랑 통과하여/봄날처럼 간다”(「당신의 쿠팡」)
정영숙, 『아찔한 길』(작가)
 “찰나의 시간이 머문 자리엔/흠뻑 젖은 속옷과 현기증이/오로라처럼 퍼졌다 사라진다”(「진주알 같은 그녀」)
홍순영, 『오늘까지만 함께 걸어갈』(시인동네)
 “아무렇지 않게 헤어져 아무렇지도 않은 손이/내게 남은 카드를 집어든다”(「날카로운 행운」)김춘리, 『모자 속의 말』(문학수첩 시인선)
 “스스로를 깨는 것은 정거장에서 정거장으로 가는 얼음의 방식”(「비상구」)
이인범, 『숲의 어둠은 다 푸른 나뭇잎들이다』(문학들)
“종소리, 뜨거운 여름낮 쏟아지는 소나기처럼/종소리, 이마를 집어주는”(「소리의 손」)
이지호, 『말 끝에 매달린 심장』(문학수첩)
“손톱깎이는 여전히 잘 들고/시간은 빨리 자란다”(「서늘한 지점」)
송일순, 『아이스크림 찬미』(시인동네)
 “세월이 왜 이래//써볼 것 없는 봄빛처럼”(「세월이 왜 이래」)
권오표, 『너무 멀리 않게』(모악)
“섶다리 건너//밥 빌러 나온//단발머리 계집//길을 잃었나//맨발에//양재기도 비어”(「낮달」)강남옥, 『토요일 한국학교』(모악)
“반음 내리고 한 박자 늦게 잠들었다”(「어제의 하모니」)
신영애, 『나비가 전한 말』(문학의 전당)
 “다람쥐가 새끼에게/아비 없이 사는 법을/가르치고 있다”(「다시 잣나무 아래」)
송향란, 『오후 두 시를 건너가는 비』(문학의 전당)
“깨진 풍경을 빨아들이는 그는 살아있는 포식자이다”(「CCTV」)
김재홍, 『주름. 펼치는』(문학수첩)
 “그러니까 한 방에 뒤집힐 수 있는 간당간당한 그 날 경기를 악으로 깡으로 이겨내야 하는 영광이다”(「오, OH」)
박무웅, 『끼, 라는 날개』(시와 표현)
 “아무리 캄캄한 밤이어도/나는 어머니의 눈빛을 찾을 수 있다”(「체득」)
박영미, 『찬란한 시절』(시인동네)
 “내가 당신을 지나쳤다는 사실을/너무 늦게 알아차린,/숲속의 오후다”(「버섯의 발견」)
라윤영, 『어떤 입술』(애지)
 “더 이상 길이 없어도//사랑이 지나가네//부서진 얼굴이 웃고 있네”(「하얀 웃음」)
박우담, 『설탕의 아이들』(현대시)
“슬픔은 노을처럼 말없이 번지는 심장의 언어”(「데드 마스크」)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