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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이 궁금하다

신하식 0 279 0
우체통이 궁금하다

光明  신 하 식 

너를 지나쳐 볼 때마다 

궁금하기만 했다 
왜 거기에 서 있는지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빨간 색동옷 갈아입고 
간신히 뜨고 있는 실눈은 
누굴 바라보는 것인지 
작은 입 살짝 벌려 오물 오물 
무엇이 먹고 싶은지 
우체통이 궁금하다 

통아 넌 누구냐 
손발이 없어 
남이 먹여주기만 바라는 바보 
골고루 사연만 먹는 먹보 
사랑을 먹고  슬픔을 먹네 
반가운 기쁨을 먹네 
가끔은 이별의 눈물로 적시고 
배부르지도 않고 
고프지도 않지만 
항아리처럼 배는 늘 궁했다 

뭐 하는 통이냐 
사연 나르는 날개라 하는가 
사랑 전해주는 듀오라 하는가 
세탁소 모퉁이 돌 때마다 
길 건너 다방 수만큼이나  
천지였는데 
친구들 하나둘씩 어디론가 
스마트폰에 구실을 쥐여주고 
뽑혀 박물이 되어 버린다 
손 편지가 옛 시대가 되었으니 

이제는 더이상  
너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 
비가 내리던 날 
뭉특한 허리는 물빛에 반짝이지만 
빛바랜 색동옷은 더없이 초라해 
갈아입을 옷도 없고  
흠뻑 젖어 내려도 
말 할 줄 모르니  
실제 너는 한쪽 찌그러진  
볼품없는 그냥 깡통입니다. 

*MP光明200426 
※2020.5.1.14시 카카오스토리 포스팅 
※점점 사라지는 우체통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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