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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지

신하식 0 269 0
도화지 

                                   光月 신 하 식

하얀 도화지
검은 붓질
엄마 얼굴을 그린다
붓끝이 닿는 곳 마디마다
세월을 터치해 간다 

파마머리
곱슬부터 그렸다
새우등처럼 가지런했던 결
붓이 지나간 자국은
하얀 머리카락으로 그려졌다 

이목구비 또렷한 얼굴
자상한 엄마 눈매
호숫가 잔물결이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붓질이 한결 부드럽다
 
엄마 코는
피노키오처럼 오똑했는데
오랜 세월의 풍파 앞에
살짝 내려앉아 
납작해졌네 

움푹 팬 이마
주름살 그릴 때마다
붓끝에 유난히 힘이 가고
어머니의 세월 어릿하구나 
왜 그리 깊어졌는지 

노인네 얼굴로 다 그려졌어요
원래 얼굴은
검은 붓질 되지 않은 곳처럼 
하얀 도화지 위에
분만 살짝 발랐었는데.

MP光明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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