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삽 끝에 찍힌 고구마
내 삽 끝에 찍힌 고구마
*光月 신 하 식
얼마나 놀랬을꼬
찍고 싶어 그랬겠니
몹시 아파하는구나
널 구하긴 구해야겠는데
삽질이 서툴다 보니
차라리 내 발 등을 찍을 걸
나도 주변 핀잔 실컷 먹었다
한 동안 고생했구나
화창한 파란 가을 하늘 보려고
까만 비닐 숨 쉼 갑갑한 속
반년이나 인고했는데
오늘은 무언가
몹쓸 삽날에 가슴을 베이고
새하얀 피눈물을 흘렸다
아는지 모르는지
히히 허허 웃어대는
인간 돌들이란
조심해서 날 구해주지
다른 고랑 애들은 온전하게
분가루 털고
세상 나갈 준비 다 했다네
고랑끼리도 이별 하는 날
앞집 옆집 노가 남가네 고랑
박.신.이.장.조가네 고랑
검은 비닐 쪼각도 걷어내고
토실한 게 붉은 알통 고구마
꺼내 놓고 보니
농부 한 시름을 덜게 했다
고구마
네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건
철모르는 인간들
너털웃음 뿐 아니겠니
웃어주마
우하하 하하하
집에 모셔다 드려야지
MP光明20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