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꽃 비에 젖은 날
이팝꽃 비에 젖은 날 / 신 경옥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어머니는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오십을 바라보는 아들은
헛헛한 현실의 도피처로
어머니 곁으로 왔다
어제는 반짝반짝 이팝꽃이 터지고
피부로 비가 올 것을 감지한 어머닌
" 내일 비 온단다 "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 오늘 쉬고 내일 하자는
아들에게 보란듯이 비가 내린다
아들을 꾸짖듯
눌러쓴 모자에서 어깨위에서
마늘종을 자르는 무뎌진 가위 위에서
서걱거리는 비옷에서
잃어버린 길 위에서 비가 내린다
불편한 다리로 하늘만 바라보는
초점 없는 눈가에 아릿한 것이
명치끝을 타고 내린다
애꿎은 자연의 섭리에 한숨을 쉬는
어머니 이마에 주름이 깊게 페인다
어머니와 아들이 받아들이는
다름의 세월을 이팝꽃은 아는지 모르는지
햇살같이 흐드러지게 피어
환영의 물방울을 달고
어김없이 5월을 데리고 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