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니었어
려송/김 미숙
장마가 계속되고
폭우가 쏟아져 곳곳이
수해를 입었다
그런 중에도 또
폭염은 극성으로
다가올 것이다
곧 구름이 하늘을
메운다
길을 걷는다
다 시들은 덩굴장미
아기 송이 하나를
피우고 있다
지나치다가
나도 모르게 꺾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누가 볼세라
얼른 꺾었다
가시에 찔렸다
길가 가로수 아래
즐비하게 피어 날
수레 국화도 한 송이
유혹을 한다
차마 뿌리쳤으나
망울 맺은 한 뿌리
쑥 뽑았다
흙 털어내고
물 받아
화병에 정성스레
꽂았다
아이야 이쁘게
피어나거라
많은 무리 속에
내게 선택받았으니
사랑 듬뿍 쏟아 주마
그랬던 것이
며칠 사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
나를 반겨주던
코스모스 꽃밭이
싹 갈려 황토 밭이다
빨간 깃대가 여기저기
꽂혀 있다
왠지 불길하다
수도를 파는지
기계가 꽂히고
사내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지나려다가
한 사내에게 물었다
아파트가 들어선다며
친절히 답하시는데
나의 아지트를
빼앗긴 기분이다
코스모스 핀 가을을
기대했건 만
서럽다거나 아쉬움은
덜어내야겠다
내 것이 아니었으나
애틋하여
애써 고개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