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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살고 싶다

김미숙(려송) 0 17 0



         려송/김 미숙




월요병에 힘들다.

온 만신이

녹초가 된 듯

집 가까이 자주 가는

맑은 누리 찜질방은 

쉬는 날이라 

학가산 온천으로 가야는데

침대에서 못 일어나고 있다.


헤세의 정원을 다녀오고 

해서 예전에 읽었던

'헤세의 생각'을

다시 한번 읽게 되고

없는 게 없던 어머니의

정원이 그립기도 하다.

광범위한 날것의 농장에서

보내는 주말 만이어도

조금씩 가꿔보려 애쓰지만

풀들과의 사투를 이겨내지 못해

번번이 포기하고 만다.


그래도

아기 단풍나무 

아기 소나무 

철쭉나무 몇 십주를 심었던

패기가 무색하게 그나마

다행히 농장을 둘러 쌀만큼은

살아 제법 커가고 있는 중이다.

'문학애' 시인이시며 조경사업을하시는

백 기열 선생님께서

아기 오색수양버들을 추천

주문 보내주셔서

연못 주위에 심었더니

들쭉날쭉 어찌나 잘 크는지

농사일로 할 일이 많은

남편의 무관심에

내가 생각한 모양은

아니어서 아쉽지만 

여린 내 손으로 전지가위를

들고 헤세가 전하는 삶을

그리며 정원사가 된 듯

손이 금세 물집이 생겨도

아픈 줄 모르고 자르고 자르니

드디어 모양이 난다.

희열을 느끼고 열정이 솟는다.


돌 미나리 몇 포기가 

미나리 밭이 되어 

한 바구니 베어 삶아 무치고

몇 포기 얻어 심은 머구는

쌈 말고는 해 먹을 줄 몰라

점점 커가고 지천에 깔려

주인 닮아 키만 키웠다며

마침 이웃 아우 부부가

오랜만에 본다고 놀러와

대를 꺾어 벗기고 삶아 주기에

들깨가루 듬뿍 넣어 볶았더니

여느 새신랑 새 신부

깨소금 볶기보다 더 고소하여

김치찌개에 오징어 숙회와

막내가 선물해 준 독일산

바비큐 햄에 맥주와 소주로

맛나게 저녁 파티를 하였다.


서너 달 뒤면 구순 잔치를 하실

시어머님께서 동갑이셨던

남편 친구 아버님께서

평소 지환이셨던 심장 마비로  

며칠 전 별이 되셨는데

충격이 크셨는지

농장에 오셔서

바로 옆 선산을 두고도

당신께서 누우실 자리며

"화장은 하지 마라" 시며

내 손을 꼭 잡고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시며 당부를 하신다.

울컥하여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눈물이 툭 떨어진다.

산 뒤 쪽에 유화사 절이 있어

명당이라신다.

그 연세에도 뒤 바라지

해주시는 아들들이 

잘 되라는 지극한 마음

늘 걱정이시다.

그토록 굳센 어머니시건만

휠체어에 앉으신 모습이

안타깝고 밀어주는 

아들의 모습이 애틋하다.

정신이 맑으시니

정정하신 듯한데도

햇빛에 비친 피부가

반점과 푸석히 얇아져 있어

가슴이 쪼여든다.

세월은 야속하게도 

그렇게 흐르고 있다.




'나는 쉽고 편안하게 사는

 방법은 모르지만 

 한가지 만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  헤르만 헤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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