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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삶

김미숙(려송) 0 254 0





             려송/김 미숙 




나를 필요하는 만큼 

보살핌으로 뛰고 있다

아니 더 이상이다

죽을 만큼이다

그렇다


88세 시 노모의 정정함 속

모자라는 손 요양 중에

기르는 여섯 마리 강아지들의 구애와

목이 타는 병아리들

기르는 백봉 오골계 청계 촌닭

작은 어항에 구삐의 출산까지

두 농장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두해 째 진정 성에 차지 않는 

겁 없는 농부의 고수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만 포기의 고추를 심고

삼천 포기 와룡 고구마도

심었는데 가뭄에 삼분의 이 

정도 살아 안착 크는 중이며

서리태 메주콩 면태콩이

바다를 이루었다

들깨도 곧 사천 평을 에워쌀

것이다

그 외 서른 가지의 밭작물들과

복숭아 사과 등 과실 수들

조경용 나무들과 꽃동산

인공 연못에 잡아넣은 붕어들

그중에 대단한 잡초 너희들까지

참 끈질긴 생존의 법칙들

다정한 이웃들

내 새끼들과 그 새끼들 

옆 지기는 덤이었다

그 속에 번민의 시간은

맥없이 주저앉게 하는

최대의 적이었다

한순간 물거품으로 

비우고 비워내야 일어서겠지

이틀을 꼼짝 않고 누워 있다


딸의 재치로 망가진 손톱에

보석을 붙이고 나 좋아하는

핑크로 색을 입힌다

맡겨 두니 고운 손으로 변신

너도 딸이 있으면 좋으련만

엄말 보니 자긴 챙겨줄 자신 없다며

아들 둘로 만족한단다

한국 무용을 취미로 하면서도

자세 교정을 위해 발레를 시작했다며

토슈즈와 발레복을 보여준다

일곱 살 때 시작해서 초등 2학년까지

학부모 총회에서 독무대 공연을 끝으로

IMF 타격을 고스란히 입었던 딸이라

안쓰럽기도 했다

나 또한 꿈틀거림으로

팔의 기본동작을 펼쳐 본다


다 모두 다 내 손이 가야 한다

무얼 위해 그렇게도 달리는가

'누굴 위해 종은 울리는가'

그저 나 좋다고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

참 맹목적인 삶이다

참 아스라하다




#헤밍웨이

#누굴위하여종은울리나

#IMF

#사단법인문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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