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려송/김 미숙
건넌방에 모자의 도란도란
마시는 율무차의 향기가
코를 벌름거리게 하고
창 너머 청단풍 잎새들의
수다가 깊은 새벽잠 깨우네
감았던 눈꺼풀이 떨리고
머릿속은 백지상태로
한동안은 그렇게 녹다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그리움
떠난 이는 말이 없으니
그 속내를 알리랴만
남은 자의 몫은 끝내는 아픔
비우는 마음이라지만
소유를 버리지 못해 그러면서
그리워 아릴 뿐이다
자련다
아파하지 않으련다
심연 속으로 빠져들지언정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