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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애

김미숙(려송) 0 377 0




          

               려송/김 미숙 




진달래꽃과 개복숭아 꽃

복슬한 핑크 매화, 싸리꽃이

기개 뻗은 소나무와 어우러져 

용두봉 아래 농장은 별천지다.

벌 농장의 꿀벌들이 그 많은

꽃들을 두고 앵앵거리며

왜 날 자꾸 따라다니는지

무서워 주저앉기도 하지만.


시골에 오지 않겠다 시고

도시에 계시는 아내와 떨어져

혼자 계시는 양봉 사장과

축사를 운영하시는 부부와

이웃사촌이 되어 주고받는

정이 돈독하다.

나에게 언니라고 스스럼없이 

불러주는 축사 사모님은

어찌나 부지런하고 일을

억척스럽게 잘하는지 

문외한인 우리 부부를

혀를 내두르게 한다.

고향이다 보니 산 지리도 잘

알아 다람쥐처럼 온갖

산나물과 귀한 버섯 등 체취를

하여 우리에게도 선물하니

덕분에 요즘 시어머님 밥상은

봄나물로 건강한 밥상이 아닐 수 없다.

국산 참기름이 떨어졌다.


오늘도 마침 다들 작업 중이라

국수를 좋아하는 남편이

점심으로 제의를 건네기에

육수를 끓이고 양념장을 만들고

두릅도 데치고 청계 지단에

양파도 볶고 파와 미나리 겉절이

잘 익은 동김치 등 야외 돌 식탁에

차리고 국수를 그녀에게 얻은

새 그릇 스덴 대접에 

푸짐히 담아 고명을 얹고

고소한 김가루를 올려 냈다.

소박하지만 외롭지 않은 잔치국수였다.

식후 마시는 아메리카노 커피가

상큼하다.


강아지 잭이 앞서 네 마리를

낳아 제법 커서 세 마리 분양하고

또 다른 강아지 리체가 벌써 세번째

네 마리 낳아 젖을

먹이고 있는데

그새 새끼들이 눈을 떴다.

귀엽긴 한데 개가 불어나는 게 당황스러워

아내가 두 놈인

수놈 맥스를 이쪽 농장으로

떼어 놓았다.

진돗개 한 마리에 맥스 가족이 아홉 마리다.

연못에 잡아 넣은 잉어는 

산소 부족인 가 온 겨우내

잘 이겨냈건만 그만 잉어찜

붕어 3~4십 마리는 다행히 잘 놀고 있다.

지금은 슈퍼 오골계를 부화중에

있고 6년째 키우는 백봉 오골계,청계가

스무 마리,

촌닭은 야금야금 이제 두 마리다.

대가족이다.


작년에 생강 씨 10 Kg 짜리

100 박스를 소분하여 심고

수확 출하하는데 너무도 고생하여

다시는 안할 거라고 포기하고

고추를 2만 포기 심겠다는 걸

결사반대로 그나마 5천 포기

하겠다고 대형 벌크도 사고

하우스도 짓는 중인 그이다.

내 생애 처음으로 손주들과

감자도 심었고 야채들도 

갈아 놓았더니 어린 싹이

옹기종기 뾰죽이 고개를

내밀었다.

어쩌다 농사꾼이 되고 점점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안된다.

내 나이가 몇인데...


복숭아꽃, 배꽃, 자두꽃 만발한

삼십 분 거리에 있는 또 다른

농장으로 가야 해서 나오는데

길옆 논에서 수꿩을 보았다.

붉은 깃과 색색의 긴 꼬리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차 소리에 놀랐을 법도 한데

날지를 못하고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모르고 부산하다.

이상도 하여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으려니 갑자기 언덕 풀숲에서

암꿩이 날아오른다.

그제서야 뒤따라 함께 날아가는데

보는 내가 더 놀라서 사진도 못 찍고

시선을 따라가니 건너편

산속에 내려앉는다.

아 그래서였구나.

암컷을 보호하는 수컷의 본능을 

눈으로 목도하고 나니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야생의 본성도마다 않고 그 위협받는

순간에서도 지키려는

꿩 부부를 보니 경이롭기까지 하다.


부부애를 느끼는

사월의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안동와룡산 

#용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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