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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

김미숙(려송) 0 350 0




                    려송 김 미숙 



2022 Spring Concert에

다녀왔다.


예전 가게를 그만두고

막내를 서울로 대학을 보낼 무렵

살림을 도맡아 봐 주시던

친정어머니께서 치매 진단을

받게 되어 십 년의 직장 생활을

그만둬야 할 악재가 겹치던 그

힘들었던 봄날에 쓰러질 만큼

무거운 몸을 털썩 의자에 반

걸터앉고 무심히 바라본 TV에서

새하얀 두루마기, 고무신을 신은

생경한 가수가 '봄날이 간다'를

울부짖는 처절한 모습에 홀린 듯

빠져들어 보게 되었다.

마음을 달래주는 위로에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더는 내겐 봄날이 없을 것 같은

그저 막막했던 지라...


소리꾼 '장사익',

좋아하는 '최백호'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사람을 언젠가 

어쭙잖은 글로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

마음을 후벼파는 노랫가락에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혹한의 여러 해를 보내고

어머니도 가시고 없지만

그래도 봄날은 어김없이 

내게도 찾아왔다.


외손자가 유치원에서 그만 확진

지 엄마, 어린 동생까지 확진되어

가 보지도 못한 터라

다행히 큰 증상 없이 잘 넘어가

마음만 조바심쳤는데

안동 시가지에 장사익의 콘서트 플래카드가

살랑살랑 유혹하는 중

딸아이가 내 성향을 알아서

표를 예매해 주었다.


그이와 내가 재채기만 해도

슬며시 마스크를 끼시며

매일 새벽에 들기름 한 스푼

청계 한 알 깨어 넣어 드시고,

세끼 소식을 하시며,

고기는 빠지지 않고 꼭,

하루 서너 번은 가벼운 산책,

커피도 두어 잔에 영양제와 약 등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시니

우리보다도 더 명석하신

88세 노 시어머님께 친구 집에

다녀오겠다 하고 부랴부랴 

안동 예술의 전당에 들어가니 

이미 코로나19, 오미크론도

무색하리 만큼 만석이었다.


여러 민요 가수가 '쑥대머리',

'한 오백 년',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니 심장이

울렁울렁 거리고

너도나도 쌓였던 체증이

박수와 환호로 내려갔을 것이다.

미스트롯 김다현 가수의 '회룡포',

'그냥 웃자'등 고운 모습과 

14살 소녀의 "건강히 행복하세요"

멋진 멘트에 하트를 날리고

훈장 김봉곤 아버지의 끼에 부전여전

핑크 다현 팬들의 열정에

더욱 녹아내린다.


드디어 눈이 부시게 두루마기

하얀 끝자락이 커튼 사이로 미끄러지듯

소리꾼 장사익 선생님께서 

나오셔서 '찔레 꽃' 노래를 부르신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는 순간 잦아져

정적을 이루며 구슬픈

가락에 깊이 젖게 한다.


고목이 된 개나리꽃이 담장을

넘어 만발했을 빈터만 남은

고향 집과 찔레 순, 향기 머금은

꽃 가시에 찔리며 따다 주시던 보고 싶은

어머니와 동네 친구들

이 모두가 그리움 되어 눈시울을 훔친다.


엄니를 업고 아들은 

"꽃 구경 가요"

구수한 사투리에 판소리로

가슴을 적시고

'아리랑', 앙코르 송 '님은 먼 곳에'를

한을 담아 열창하시니 모두가 따라 부른다.

벅차고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두어 시간 남짓 연주가 끝나고

모든 출연진이 다시 나오셔서 

진성의 '안동역에서'를 합창

마무리 인사를 끝으로 우린

천천히 나오니 인산인해였다.

매번 느끼지만 안동 시민들의 문화의식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딸도 어서 공부를 마치고

이 큰 예술의 전당 웅부홀에서 연주회를

가질 수 있기를 고대해

보며 밖으로 나오니

봄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다.

홍매화 백 매화가 가로등 불빛에

빗줄기와 어우러져 흐드러지게

자태를 뽐내며 불을 지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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