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이야기
려송/김 미숙
망망대해 인생의 시작
스무 살의 그 겨울 그녀
바깥 세상 내디딘 두려움
부닥치던 차가움 현실 속
봄 같은 한 남자와
사랑의 항해 출렁이며
송도 겨울 바다에 새기고
철없던 어리석음
이별의 아픔에 느닷 홀로
시린 겨울 여행을 떠났네
구름 속에 갇힌 한계령 휴게소
설악으로 가는 길목은
온통 새하얀
산이요 계곡이었어라
긴 하얀 코트 머플러
털복숭이 앙고라에
백설 공주였으나
일곱 난쟁이는 없었고
더더욱 왕자도 없었으니
유독 차가움 맞아야 했었어
고독은 더 진한 고독을 낳고
지극히 외로움으로
겨울 여자가 되었다
오점의 발자국을 남기며
매콤하고 달달한 숯 향 품은
윤기 흐른 빨간 더덕구이를
질겅질겅 씹다가
그만 그 맛에 취해버렸다
야속하게도 그 향은 살아
순간 순간 떠오르면
침샘은 춤을 추며 기억한다
경포대 솔숲 아무도 밟지 않은
소복한 솜위에 자주색 부츠는
원을 돌아 곱게 꽃을 만들고
모래사장 펼쳐진 설원에
벌렁 누워 부서지는 파도 소리
스르르 눈 감고 아우성을 듣는다
너무도 가벼이 떠나온 그 봄
가슴 밑구녕에서 나무라듯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늦은 후회가 눈물이 되어
파도와 함께 밀려온다
이루지 못한 그 아픈 날들은
여즉 먹먹한 그리움이다
겨울이 되면 떠나고 싶은
고질병을 못 고쳤으니
그녀는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