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77
어제
932
최대
3,402
전체
963,337

회갑을 보내며

김미숙(려송) 2 980 0

《회갑을 보내며》


 환갑을 보냈다.

어느덧 내 나이 육십을 넘었으니

참으로 긴 세월이었다.

시어른과 한 날인 생일.

"자도 한 상 차려줘라

넌 나 죽거든 많이 받아

먹으라"시던

구순 졸수연까지 받으시고

해마다 예의상 대소가

어르신들을 다 모시고

대접을 하셨던 시아버님께서

저 하늘로 가신 지도

삼 년이 되셨다.


 내 생일날은 그렇게 바쁘게

보냈던 날들이었지만

이번엔 어머님도 계시고

연수원에 가있는 아들의

자격시험도 있어

어머님 바라시는 대로

미역국 대신 쇠고기 뭇국으로

시원히 끓여 정월 대보름

오곡 대신 칠곡 찰밥과

일곱 가지 나물을 볶아

한 상 차려 남편이 사 온

풍기 인삼 동동주도 마시고

시아버님 산소에도 다녀왔다.


 큰 딸에겐 용돈도 두둑이 받고

생각이 깊은 둘째 딸은 사돈께서 

병원에 계셔 경황이 없는 중에도 

우릴 위해 손자들을 데리고 나와

안동 월영교에서 달 배도 타고

데이트를 하였다.

감사하게도 미리 받은 현금과

내가 평소 원했던 얘기를

흘려듣지 않은 선물과

미리 주문했던 떡 케이크 

손자의 축하송과 백종원 레시피로 

한우 불고기도 해주어 맛나게 

먹었다.


 또한 고마운 초등 동창의 초대로

기사가 되어준 남편과 난

상주까지 가서 맛난 점심과 

좋아하는 자몽에이드도 

마셨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아쉬움 속에서도

친구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참으로 반가웠지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천마산을 바라보며 

부모님 산소는 늦어 마음만 감사함을 전했다.

아쉽지만 다음에 들르기로 하고 지나갔다.


충주 동생과 올케가 하나밖에 없는

누나라고 초대를 하였다.

부담을 주긴 싫었지만

보고 싶기도 하고 미리 식당 예약을 해둔

약속시간보다

당겨 집으로 갔다.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펼쳐진 풍광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했다.

충주 시가지의 야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우린 즐겁게 맛난 중화요리 음식과 고량주를

뜨겁게 마셨다.

커다란 마트에 들러 맥주도 사와

건배를 한다.

다들 건강하길 바라며.

오랜만에 4인이 고스톱도 치며 희열을 느끼고

다음 날 돌아오는 길은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휴게소에 들러 얼큰하고도

시원한 올갱이 해장국을 먹고

편안한 여행을 하며 돌아왔다.


 이토록 가족들의 축하와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무기력해지는

몸과 맘이다.

해야 할 일들을 두고도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하루 종일 빈둥거리는 노곤한 

날들이 늘어만 간다.

일월의 신축생인 나는

영판 소를 닮아있다.

우직하니 걸어온 삶이었다.

또 그렇게 걸어갈 삶이다.


 봄비가 제법 거세게 내렸다.

밤사이 눈이 나려 하얗게

그림을 그려놓았다.

만끽하며 걷기 운동을 한다.

그래도 봄은 봄!

춘설이 녹아내린 젖은 가지에

노란 산수유가

물방울을 머금은 채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내며 입을 열었다.

가던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2 Comments
학리 정병운 2021.03.04 14:34  
모두가 축복입니다
오늘보다 힘찬 내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나 壽山福海하소서
배람합니다.
김미숙(려송) 2021.03.11 01:31  
고문님 답글이 늦어 대단히 송구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멋진 봄날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