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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노래하다

김미숙(려송) 0 418 0


제주에서 하루 전 

밤 하늘엔 별이 초롱하였건만

성산 일출봉이 바라다 보이는 

아르츠 숙소에서 나서려니 

비가 내린다.

파랑, 노랑, 분홍의 비닐우산을 

사 각자 쓰고 아줌마가 아닌

멋쟁이 소녀가 되어

해안 도로를 드라이브하며

멋진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중년의 여심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던 제주 구좌의 바다!

겨울의 찬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대고 비를 맞고도

그저 마냥 좋기만 하였다.

비는 그치고 어느덧 

어느 곳에서 나 

보인다는 한라산 정상 

우뚝 솟은 백설의 산봉우리가 

우릴 반기는듯하여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맛난 전복죽, 통갈치 등 맛집

탐방으로 일정을 보냈다.

다음날의 새벽은 

부지런을 떨은 보람으로 

여명이 빛을 발하고

먹구름에 갇힌 성산 일출봉은 

마치 하늘이 열리는 듯

신비로운 장관에 

감탄사가 연발하고 

소원성취의 기도를 하였다.

그래서였던가 

우여곡절의 여행이었건만 

사고가 난 친구는

다행히 사고 처리도 잘 되었고

일주일의 치료 후 퇴원,

또 다리가 아픈 친구는 승무원인

딸의 지극한 효심과 맛집 정보로 

제주까지 모셔주고 가 

잘 쉬고 잘 먹고, 

나 또한 남편의 일이 마음 걸려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건만

잘 처리되어 다행이었다. 

동백꽃 환한 미소에 화답을 하고

흑돼지 구이 소맥 한 잔에 

심신이 나른해지며 

내일이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

위로하듯 폴포츠의 공연에 

딸이 협연하게 되었다는 

문자를 받으니 

하나님께서 이토록 지켜주심을

깨닫게 하셨다.


제주도의 여독이 남은채

상주 친구 병문안을 갔다가

오히려 밥까지 얻어먹고 온 나는

다음날 그이와 부랴부랴 

광주로 내려갔다.

두 번 다시 기회가 올까 싶지만

불과 삼일을 두고 캐스팅 

무대에 서려는 딸이 걱정도 되어

용기를 주기 위해 나선 길이

멀기도 하였고 

포항에서 관람했을 때의 

심정이 되살아나 부풀기도 했지만 

아빠의 몇 번의 사업 실패와 

성대결절로 수술까지 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잘 헤쳐온 딸이 대견하기도 하여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도착하니 KTX로 내려온 딸은

이미 리허설 중이었고 

우린 명품관에서 몇 시간을 

대기하며 구경도 하고 

갤러리에서 관람 

멋진 '바다' 수채화와 

나 어릴적 고향집같은 '방앗간'

그림에 빠져 감상하였다.

아이보리 통바지 하나에 

2백을 호가하고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코트가

몇 백을 넘는 고가에 

내심 혀를 두르며 

딱 봐도 부잣집 젊은 도령이 

여인을 데리고 들어서는 

매장을 둘러보며 금수저의 

아우라에 짠한 아들 생각이

휑하니 빈 가슴 되기도 하였다.

머쓱해하던 남편은 괜스레 

내게 다가와 너스레를 떤다.

공연시간이 다가오고 

몰려오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폴포츠의 감동 속에 

딸의 노래에도 박수를 보내주기를 

간곡한 심정이 되어 두근거렸다.

드디어 시작 

마른침을 삼키며

이렇게 긴장이 되기는 첨이다.

폴포츠의 노래가 심금을 울리고

관현악의 연주와 피아노 소리가

가슴을 파고들지만 난 제대로

귀에 들리지가 않는다.

일장이 끝나자

거짓말 같은 딸이 나온다.

영상을 찍고 싶은데 

규율상 찍을 수 없다는 생각에

살짝 도둑 촬영과 녹음만 했다.

연달아 두 곡을 부른다. 

지정해준 가곡 '그리워'를

듣는 내 눈엔 눈물이 흐른다.

그리운 엄마가 이 순간 보신다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모습이 그려져 

아련해진다.

박수가 울려 퍼지고 그이도 나도

감격하였다.

다시 폴포츠의 영화음악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

그 마음에 절실함을 느끼며...

이제 딸과 폴포츠가 팔짱을 끼고

무대에 오른다.

난 그때서야 영상을 찍었다.

샴페인을 폴포츠가 따라 

딸에게 건네며 주고받는 

축배의 노래가 신기하기도 하다.

딸의 쇼맨십에 저으기 놀라며

무사히 공연은 끝났다. 

딸이 나오기를 기다려

사진을 찍었다.

딸에게도 찍자며 음악도 생들의

부모들께서 사진을 찍으셨다.

난 덩달아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딸은 기차 시간이 임박해서 

바로 광주역 태워주고 

우린 떡갈비를 사먹고 

올라오니 새벽이었다.


딸이 포항으로 전학을 가서

노래를 시작하던 초등 5학년.

화랑문화제와 교회 등

참가하게 된 각종 음악 경연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지금까지 온 험로가 주마등처럼 지나며 

헌신으로 지도해주신 

여러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더욱 감사하고 

유학을 준비하는 어려운 과정에 

비록 깜짝 캐스팅이라 

연습 부족이 아쉽기도 하겠지만 

계기가 되어

성실하게 잘 이겨나가길 바라고

폴포츠의 슬로건 

'희망을 노래하다'처럼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고대하며 

희망의 감사 기도를 드린다.




*이사장님의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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