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에
려송/김 미숙
꼬박 두 주간을
풀 죽은듯이 보냈다.
가슴을 쥐어잡고
고열에 맥도 못 추고
독한 항생제가
핏줄을 타고 들어오는
아리한 전율에
내 몸은 점점
침몰하는 배가 되어
가라앉는다.
그럴 땐 잠을 잔다.
아무 생각 없이 아니
할 수가 없다.
흥건히 젖은 등이
잠을 깨우고
호흡기 치료와
간호사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늘 쪽잠 자듯이 깬다.
처음 며칠은 비몽사몽으로
어지간히 시달리다 보니
옆에 환자들과의 인사도
귀찮아 건성으로 대하며
잠으로 시간을 보냈더니
4인실에 두 분이 퇴원하고
두 사람 뿐이었는데
미안하기도 하여
양해를 구하니 본인도
고생한 적이 있었다며
조언을 하고 내 등도
두드려도 준다.
악몽인가?
외할머님도 보이시고
차를 타고 같이 가자는데
어머니께서 안된다며
날 붙드시고 안 탄다며
허우적대니 나도 모르게
신음을 토하기도 하였는데
"가오 눌렸죠?" 하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꿈 얘길 했더니 타고 갔으면
황천길이었다며 겁을 준다.
알고 보니 무당이었다.
며칠 후 그분은 퇴원하고
다른 환우들이 들어오셨다.
보호자들께서 먹을거리를
어찌나 나눠주시는지
서로서로 동질감을 느끼며
인정이 돈독해졌다.
나는 휴게실 베란다에서
낮엔 햇빛을 받아 쬐고
첫눈도 보았고
바람도 쐬며
하늘도 올려다 보았다.
입안이 약 냄새로 쓴데
한잔의 달달한 믹스 커피도
마셨다.
딸이 갖다 준 책을 읽으며
시간을 잡아먹는다.
노벨상을 탄 작가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 소설과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을
두 번씩 읽었다.
가슴이 먹먹하여 잠을
설친다.
5.18 광주
4.3 제주
사건들을 토대로
써 내려간 가슴 아픈
역사의 이야기다.
TV에서, 뉴스에서
접했던 스무 살 시절에
먼 나라 얘기 같은
실제의 이야기다.
눈을 감고 그때의
그 아우성을 떠올려본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누워 있는데
젊고 핸섬하신
의사선생님께서
회진을 오셨다.
정말 다행히 회복이
빠르시다며 내일
퇴원을 하시고
2~3주간 관리를
잘하시고 맛난 음식도
잘 드시면 되겠다 시며
일주일 뒤에 오라신다.
옆에 환우 두 분도
내일 퇴원한다며
그중 한 분께서
김밥과 떡볶이를 배달시켜
조촐한 작별 파티를 했다.
혼자 남는 대학생 아가씨가
아쉬워하며 길에서 뵈면
아는척하겠단다.
지나고 보니
모두가 감사한 일이고
가족을 비롯 위로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안동의료원
#한강
#작별하지않는다
#소년이온다
#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
#5.18광주
#4.3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