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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에

김미숙(려송) 0 48 0





              려송/김 미숙




꼬박 두 주간을

풀 죽은듯이 보냈다.

가슴을 쥐어잡고

고열에 맥도 못 추고

독한 항생제가

핏줄을 타고 들어오는

아리한 전율에 

내 몸은 점점 

침몰하는 배가 되어

가라앉는다.

그럴 땐 잠을 잔다.

아무 생각 없이 아니

할 수가 없다.

흥건히 젖은 등이

잠을 깨우고

호흡기 치료와

간호사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늘 쪽잠 자듯이 깬다.



처음 며칠은 비몽사몽으로 

어지간히 시달리다 보니

옆에 환자들과의 인사도

귀찮아 건성으로 대하며

잠으로 시간을 보냈더니

4인실에 두 분이 퇴원하고

두 사람 뿐이었는데

미안하기도 하여

양해를 구하니 본인도

고생한 적이 있었다며

조언을 하고 내 등도 

두드려도 준다.


악몽인가?

외할머님도 보이시고

차를 타고 같이 가자는데

어머니께서 안된다며

날 붙드시고 안 탄다며

허우적대니 나도 모르게

신음을 토하기도 하였는데

"가오 눌렸죠?" 하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꿈 얘길 했더니 타고 갔으면

황천길이었다며 겁을 준다.

알고 보니 무당이었다.

며칠 후 그분은 퇴원하고

다른 환우들이 들어오셨다.

보호자들께서 먹을거리를

어찌나 나눠주시는지

서로서로 동질감을 느끼며

인정이 돈독해졌다.


나는 휴게실 베란다에서

낮엔 햇빛을 받아 쬐고

첫눈도 보았고

바람도 쐬며

하늘도 올려다 보았다.

입안이 약 냄새로 쓴데

한잔의 달달한 믹스 커피도

마셨다.

딸이 갖다 준 책을 읽으며

시간을 잡아먹는다.


노벨상을 탄 작가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 소설과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을

두 번씩 읽었다.


가슴이 먹먹하여 잠을 

설친다.

5.18 광주 

4.3 제주 

사건들을 토대로 

써 내려간 가슴 아픈 

역사의 이야기다.

TV에서, 뉴스에서 

접했던 스무 살 시절에

먼 나라 얘기 같은

실제의 이야기다.

눈을 감고 그때의

그 아우성을 떠올려본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누워 있는데

젊고 핸섬하신

의사선생님께서

회진을 오셨다.

정말 다행히 회복이

빠르시다며 내일

퇴원을 하시고

2~3주간 관리를

잘하시고 맛난 음식도

잘 드시면 되겠다 시며

일주일 뒤에 오라신다.


옆에 환우 두 분도 

내일 퇴원한다며

그중 한 분께서

김밥과 떡볶이를 배달시켜

조촐한 작별 파티를 했다.

혼자 남는 대학생 아가씨가 

아쉬워하며 길에서 뵈면

아는척하겠단다.


지나고 보니

모두가 감사한 일이고

가족을 비롯 위로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안동의료원 

#한강

#작별하지않는다

#소년이온다

#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

#5.18광주

#4.3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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