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물들때가 되면
김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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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3 15:15
찔레꽃 물들때가 되면
흘려야만 되는줄 알았었지
그게 더디 간다는건 모른체
하루 해가 중천을 넘어서
뉘엇뉘엇 걸음걸이 잡아가면
바람개비도 바람찾아 나서는
작은 댐을 사뿐 사뿐 들어간다
혼자서 적막함을 등에 업고
한적한 오솔길옆 찔레꽃이
작은 물결을 이루며 시퍼렇게
물들어가면 가슴도 쓸어내린다
찔레꽃 향기가 저 건너 작은 집에
다다를쯤 해서 커다란 소리에
뒤돌아 본다
커다란 잉어가 물비늘을 가르며
올라선다
온 동네가 찔레꽃 향기에 취하여
술 한 잔 한 사람도
집을 찾지 못하여 뱅뱅 돌기만
기억 속에 고향이라도 붙들어 놓아야지
그리움이 밀려오듯 물제비가 되어
툭 툭 튀어오르고 있다
찔레 꺾어 먹던 가난의 시절마냥
뜨거운 열기가 그늘로 사라진다
한 잠을 쉬어가라 붙들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