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다
김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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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7:06
할 말이 없다
현곡 김 만복
스쳐지나가는 바람에게 물어봐
난 할 말이 없어
봄이라고 들떠서 나들이 행차인대
어찌 잊어버린 말들을
꺼내서 훔쳐 이야기를 보낼까
잠이 스스르 올때면
어김없이 스피커 타고 흐르는
화물차 야채장수의 커다란 목소리에
놀라서 할 말을 잃고 넋 놓았지
우둑허니 창밖 바라보며
그저 지나는 행인들의 발자국소리가
귀청을 어지럽게 들쑤셔 놓고
간혹 미세먼지도 피해야 했지
몇 줌 안되는 빨간 국화가
탐이 났는지 밤새 누군가
일을 저질러 도망해 버렸어
내 알면서도 때론 묵인하고
할 말도 못하고 지나가지
그리 할 말 없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며
하루가 지나가는거야
할 말 없다
정말 할 말 못하고 살아가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