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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 이야기

이강태 1 752 0

큰 나무 이야기  / 이강태


그곳에 있었다

늘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변함이 있는 것은 

낮과 밤이 번갈아 찾아오는 것이었고

바람이 머물다간 자리에 싹눈이 달리는 것이었고

햇살이 내려앉았던 자리에 잎들이 

자라나는 것이었다

바람 잘 날  없어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비가 와야 차분히 빗질할 수 있었고 

깊이 뻗은 뿌리가 움켜쥔 운명을 

놓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

가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들이 

약속 없이 찾아와 소란을 떨다가 

새 옷에 하얀 똥을 싸고 가기도 했다

다 내주었다

뿌리도 몸통도 앙상한 가지마저도

위태롭게 매달린 마지막 잎새 하나도

다 내주었다

바꿀 순 없을까 

기댐도 그늘도 없이. 내가 내뱉은 숨까지도 빼앗아 버린다면 운명이 바뀔까

이기적인 생각에 몸을 떨며

밑둥이 잘린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1 Comments
전수남 2019.03.29 19:17  
뿌리깊은 나무가 되고싶은 바람
아름다운 나무라도
끝내는 그리되고 마는 것인지---
세월의 바람은 누구도 비켜갈수 없나봅니다.
불금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