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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이강태 1 818 0
무죄/  운월 이강태

불쏘시개가 없어 책장을 찢어 
불을 지폈다
종이 타는 냄새가 매캐함 끝에
향긋하기도 하다
아마도 향 짙은 단어들이 내어놓는 마지막 숨 인가보다
활활 잘도 탄다
불꽃이 춤을 춘다
드디어 자유인가 
불꽃 속에서 글자들은
화형을 당하면서도
춤을 춘다
아주 오래전 글자들은 책 장에 갇혀
감옥살이를 하였다
이유도 없이  영문도 모른 채 말이다.
가끔 나의 접견 신청을 받아주곤 했지만
잠시뿐이었고 또다시 책 장에 갇혀 징역을 살아야 했다
너의 마음을 훔친 것이 이리도 큰 죄란 말이냐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였지만 무심함은 그들을 외면하고 있었다
사형선고, 느닷없는 선고가 내려졌다
그것도 참혹한 화형이다
글자들은 환호했다
만세를 부르듯 책장은 벌어져 불에 타고
하얀 연기로 허공에 흩어진다
삶을 포기했던 글자들이
감옥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날아가는 것이다. 
허공을 떠돌고 떠돌다
누구의 어느 사람의 손끝에 붙들려 
분명 재탄생할 것이다
또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고
또다시 감옥에 가겠지 
그때는 제발 무죄로 풀려나길 바란다.

1 Comments
윤월심 2019.03.14 12:43  
감사드립니다
오훗길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