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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전령 봄 주꾸미

이강태 1 946 0

바다의 전령 봄 주꾸미/ 운월 이강태


수천의 흐물흐물한 무리

우리는 하나의 방에 갇혀있다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분간할 수 없는 형체로

서로의 세포를 비비며 함께 있다

어느 날 이 문이 열리는 봄이 오면

너와 나는 분명하게 분리되어 

분열할 것을 안다


빛도 없는 곳에 고독한 산통이

온몸을 흔들고, 휘감고 있어도 

기뻐할 것이다

바늘 하나 들어갈 자리 없이 

빼곡하게 부대끼며 있어도 

온전한 꽃으로 있을 것을 알기에 행복하다


수천의 쌍둥이를 해산한 그에게

닫힌 문을 열어줄 그가 옴을 안다

민머리에 

일곱 개의 다리를 가지고

눈먼 달팽이 더듬거리듯

목화송이 활짝 벌어지듯

네가 오니 봄이 온 것을 알겠다.

1 Comments
조만희 2019.03.12 21:27  
봄을 알리는 쭈꾸미...
쩝...
술 한잔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