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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을 향하여

이강태 2 1393 0

그 곳을 향하여 / 이 강태

바람 따라 그곳에 가보고 싶습니다
몸에 소나기를 맞은 듯이
졌어 보고 싶습니다
가슴이 터질듯한 숨을
등성이를 끌어안고 쉬고 싶습니다
오르고 또 오르다
다리가 풀려 그곳에 주저앉더라도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한 발 한발 옮겨 놓는 걸음마다
목구멍에선 토악질을 해댈 것입니다
욕심과 어리석음이 쏟아져 버려지길 바랍니다
뼈에 붙은 살들이 의식에 붙들려
부르르 떨립니다
삶을 살면서 내 몸에
무슨 잘못을 하였는지
땅바닥에 네 발로 엎드려
사죄하며 고개를 숙입니다
흙냄새, 나뭇잎 사이로
몸속에서 뿌려진 빗물이 눈물처럼 떨어집니다
지나던 개미가 물 폭탄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합니다
털썩 주저앉아 물 한 모금 마셔 봅니다
세상에 이렇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노랗던 하늘이 어느새 파래졌습니다
드디어 밝은 눈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스쳐 가는 바람이 꽃향기를 나릅니다
아름다운 절경입니다
내려가는 길에는 고생한 발을 위해
욕심과 교만을 내려놓고 가볍게 가야겠습니다.

2 Comments
조만희 2019.03.06 22:19  
비워낼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하네요
힘든 만큼 느끼는 행복은 두배가 되겠지요
이강태 2019.03.07 12:12  
비워야 한다
내려 놓아야 한다 하면서도
무엇하나 내려 놓기가
상실감으로, 두려움으로 있습니다
비워내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이 무지가 물 먹은
솜 가마를 지고가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