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바람이 분다
이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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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2 10:06
마른 바람이 분다
너란 놈은 어디서 왔길래
앞을 보고 걷고자 하니
앞을 막아서며 어깨를 밀치고
뒤돌아 피하려 하니 쫓아오며
등을 밀치느냐
나 네게 서운 게 한 일이 없거늘
어이해 나를 막는 것이냐
너는 어느 봄날 간지럼 피우듯
내게 있었고
향기로운 꽃향기를 가져와
취하게 하여 나른하게 하였다
어느 여름날엔
땡볕에 쓰러진 들 풀
힘내라 다독이며 더위를
물러서게 하고 하였고
어느 가을날엔
솜사탕 뚝 뚝 떼어 놓은 것처럼
파란 하늘 흰 구름 이리저리
옮겨 놓았지
겨울바람아 !
너는 언제나 내게 다정했는데
오늘은 왜 돌변하여 이러는 것인지
알 수 없음에 답답한 마음이다
예전 포근했던 순간처럼
돌아오길 바란다
솔솔 간지럼 피우던 너로
돌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