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79
어제
600
최대
3,402
전체
959,381

그냥 이라는 이야기 1

이강태 1 836 1

그냥 이라는 이야기 1

글쓴이. 이 강태


구멍 난 운동화 신고 등교하던 어린 날 

선홍빛 발가락은 집 밖을 나와 맨몸으로 

흰 눈을 맞이했었지 

한 송이의 함박눈은 엄지발톱에 닿자마자 

녹아 흘렀지만, 

대지에 하얗게 쌓인 눈은 발가락 전체를 감각이 없게 했어

아마도 그때 

작은 아이 마음까지도 얼려 버렸나 봐

눈이 오면 시렸던 발가락보다 보이기 싫었던 

빈곤이 더욱더 시렸을 

마음일 테지 

그래서 흰 눈이 오는 것이 

그리 곱지만은 않아

나이가 들어 내 자식들에겐 결ㅡ코 없는 일이지 

빈곤은 절대 대를 물려 줄 것이 아니야 

죽기 살기로 노력했어

必死卽生 必生卽死

필사즉생 필생즉사

이순신 장군의 임진년 발발한 전장에서 한  말처럼 말이지

그래서 지금은 어떻냐고?

글쎄 사회 중산층은 되지 않을까 

나이도 적당히 먹었고

섭생도 많이 먹어 탈이지 

부족하지 않고

재력도 넘쳐나진 않지만 

어디 돈 빌리러 안 다니고 

인격과 성품도 타인으로부터 

손가락질 안 받으니 적당한듯하고 

학식과 지식도 어지간해서 뼈아프게 

몸 고생 안 하니 그것도 적당하고 

이쯤이면 홀로서기 잘한 셈인듯한데 

뭐 남들이 넌 중산층은 아니야 하면 그렇다고 하지 뭐 

내 맘이 중요하니까 

지금 나는 발가락은 시리지 않아 

마음도 이제는 녹았어 

봄꽃처럼 예쁘게 

바람처럼 자유롭게

태양처럼 강렬하게

바다처럼 평온하게 

살려 생각해

걱정 없이 살면 좋겠어

걱정은 나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

나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려 해


용천수가 뜨거운 열기로 토악질을 

하고 있다

주변은 온통 수증기로 가득하고

습하고 끈적이며 보일 듯 말 듯한 형상들이 있다가 없다를 반복한다

따듯하다

발바닥으로 발등으로부터

전해지는 따듯한 물이 온몸을 휘감아 덮어 버린다

고개를들어 보았다

까만 하늘 파란 바람

은빛달, 금빛별 아름답다

천상의 세계는 보이는 것이 모두가 아름답구나

시선 아래, 발밑에 세상은 온통 

조각나고 기워진 누더기같이 

덕지덕지한 모습으로 널브러져 신음하는데

신은 어찌하여

인간에게 마음이란 것을 만들어줘

신들의 정원을 아름답게 보지를 못하게 하였을까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악마에게서 

아름다움을 보게 하셨을까

만약 그대가 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면 

지금 그대는 악마의 유혹 속에 있는 것이다

살 거나, 죽었거나의 어느 날

행복의 몇 배를 고통으로 받아야 할 것이다

지옥이란 것이 어떠한 형벌을 무한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지

행복이 크다 한들, 고통보다 클까

아름다운 세상에 살지만

삶이 이리 고단한 것은

아마도 이곳이 지옥일 것이다

벗어날 수 없는 무한궤도의 세상이니 말이다


내 안에 또 하나의 나

생각이 깊어져 경험하지 않은 

경험을 하는 그를 볼 때마다 나는 

말문이 막힌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그것은 그의 생각이 옳고 그의 말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시간을 묶어둔 채로

그의 말대로 이별을 하려 한다

오늘의 시간 .

딱 그때  그 시간에 묶어둘 것이다

죽지도 살지도 않은 그 시간에.

죽여야 살 수 있고

죽여 줘야 평온하고

죽어서야 정당하다면 기꺼이 죽임을 자청하여 살릴 것이다

쾌락으로 물든 괴로움보다 

소소한 마음의 행복이 백갑절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타의로부터

너는 당당하여라 

나는 자의로부터 

부끄러워할 것이다

존재하는, 존재했던 것을 

없이. 없었던 것으로 하여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반복하지 않으려 할 뿐 

더 이상의 행복은 없다

그렇다고 더 이상의 불행도 없을 것이다

허공에 쓰는 글자와 같이 

존재하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원하는 마음이고

지켜질 마음이다

나의 필요로 나무에 못을 박고

나의 불필요로 박힌 못을 빼낸다고 하여도 

나무는 원래의 모습으로 있지 않는다

구멍이 남고 상처가 깊이 자리하게 된다

행동은 그런 것이다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지나친 소음

공해 속에서 고막이 찢기고

숨구멍이 막히면 

육신은 고통에 있겠지만 

순간의 시간이 지나면 

영혼은 기꺼이 웃어줄 것이다

더 이상의 고통이 없을 테니까

몸과 마음은 합일 원체 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있는 것에 오히려 고통스럽다

기립하고 있는 척추의 뼈들이 

제 곳에 있는 것이 고통스럽다

사지 분리되어 산산이 흩어지길 원한다

동산에 오르고 

대양을 건너서 

하늘로

땅으로 

있는 곳에 춤을 추길 원한다

동 적인 이별을 하고

정 적인 생명을 얻으면 

나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영원 이란 언어로 

지속적인 생을 살아갈 것이다

큰 나무는 베어졌다 

네가 든 톱날에 쓰러졌다

그러나 큰 나무는 뿌리가 있어 

그루터기에서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다

새로운 창조

그것은 시간의 기다림이라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의식조차 없는 어느 때가 지나고 나서 그것을 알 것이다.

고통이 고통으로만 있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가

통곡을 등지고 비탄을 밟고서

절규의 울음만 있다면 눈물이 바다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고통 속에 자라는 한 줄기 희망이 있어

그 하나로, 그 하나의 바람이

희망으로 고통을 물러서게 할 것이다

벽으로 닫혀있던 문을 열고

멍에를 벗어 버리듯 고통 속에서

나올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바람처럼

살아 움직이는 불꽃처럼 

살아 움직이는 상징이 되어

의식에 갇혔던 문을 열고

소통하는 통로를 열어 

살아 움직이는 상징이 될 것이다

햇빛도 가지 못하고 닿지 않는 곳까지

바람이 되어 날아갈 것이다

희망은 그런 것이다 

삶은 희망으로. 가득하여야 하고

인고한 사랑은 충만하여야 한다

인생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도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안다.

오늘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그대가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나

바로 그대

거울속 너의 얼굴에

미소가 있어 좋구나

1 Comments
조만희 2019.02.28 16:12  
배독하고 갑니다
가난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꿈조차 버거워지는 듯
마음이 온통 쓰라립니다
고운날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