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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에서

이강태 1 847 0

안개속에서


흔적은 지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흐릿해지고 퇴색 되어질 뿐이다

무엇을 하여도 개운치가 않다

왜일까

두서없이 혼탁한 심중에

이것저것 뒤엉켜 버둥대며

제 힘으로 저의 모가지를 비틀음이다

질식할 것만 같다

차라리 질식사하여도 좋을 것 같다

무엇이든

세상에 나와 존재하는 건

존재의 이유가 있다

하찮은 것은 없다

바람의 공기가 흔하다 하여

하찮지 않고

태양의 빛이 흔하다 하여

하찮지 않다

누구도

어떤 사람도 하찮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길 바란다

무엇이든 사랑받길 원한다

그러나 누구나 행복하지 않고

무엇이고 사랑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

왜일까

분명 하찮은 존재가 아닌데

안갯속에서 길을 잃었다

지독하게 짙은 큐비즘에

갇혀 버렸다

깨고 나와야 한다

어찌라도 다른 이가 깨기라도 하면

병아리의 꿈은 사라지고

산산이 쪼개진 껍질과 후라이만 남을 것이다

일초와 이초 사이

그 짧은 시간의 간격에도 숨이 막힌다

나의 의식은 이미

아나콘다의 휘감아 조임으로

서서히 쪼그라지고 존재조차 없다

결국 어둡고 축축한 동굴 속에서

온몸의 살점들이 녹아드는 고통과

달그락거리는 뼈다귀로 남을 것이다

자유인가

자유로움인가

아니면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한 후회인가

서로 부딪히며 깨어지고 부서지는 뼈다귀들을 해골이 된 나는 무심히 바라볼 뿐이다

원래 하나의 몸으로 온전하였으나

의식하나 없어졌다고

전멸하였구나

잠에서 깨어야겠다

지독한 악몽에서 벗어 나야겠다

하나씩

큐브의 면이 맞춰지고

완전하여 지길 바란다


운월 

너는 지금 어디서 ...

1 Comments
윤월심 2018.12.30 22:17  
좋은 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