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간 속의 집
이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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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8 13:52
낡은 시간 속의 집/ 이강태
허름하고 낡은 집 한채 있습니다
찢어지고 터지고 바람이 넘나드는
빈 방도 있습니다.
주인 떠난 집에는 작은 나뭇잎 하나와 콩알만 한 죽은 나방이 매달려 있어
자유로운 영혼이 허름한 집에 주인 행세를 합니다.
밤이면 수많은 생명들의 무덤이 되었고 아침이면 수없이 많은 수정들이 반짝이는 집이었습니다
새 생명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집은 튼튼하고 견고한 궁전이었습니다
몸집이 커진 아이들은 기둥뿌리를 하나씩 뽑아 좁아지는 집을 탈출하듯 나가고 먹고 살 곳을 찾아 새 집을 지었습니다.
헌 집을 지키는 것은 시들어 마른 꽃대 하나와 일 밖에 모르는 늙은 부부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들도 산속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지었고 지금은
무 허가로 지은 거미 집 만이 빈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