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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와 ‘없다’ 사이로 양떼를 몰고

문학애관리자 2 1088 0

존재의 환지통들

                                                                                                                        (시인 박수현)

 

윤석산 시집 존재하지않는 존재에 의한 통증

 

있다없다사이로 양떼를 몰고

               -환지통.3

윤석산

 

 

창밖 벤치에 그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지난 가을 헤어진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내 생각이 앉아 있습니다.

 

심심할 때마다 뭐해?“ 톡을 보내던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내 슬픔이 앉아 있습니다.

 

바람이 불고 꽃잎들이 지고……

그 사람이 바르던 스킨 냄새가 스며 들어와

 

풍경 속 그 사람과 생각 속 그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생각하다가

 

산다는 건 뭐고, 사랑한다는 건 뭐며, 내가 죽어도 그 사

람은 저기 앉아 있을까 생각하다가

 

아내가 늦은 저녁을 준비하며 달그락달그락 그릇 씻는 소

리를 듣다가

 

있다없다사이로 아득하게 열리는 초원으로

우리 안에 가둔 생각들을 몰고 아주 먼 길을 떠납니다.

 

? 그 사람이 일어나 손을 흔드네요.

다 어두워진 시각에 흩어지는 생각들을 몰고 길을 떠나는

게 우스운가 봐요.

 

삘릴릴 삘릴리……, 오늘 저녁 서역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2 Comments
윤월심 2018.12.18 12:07  
그리움이 왔다가 갔다
아득하게 밀려드는 밤입니다
멋진 시 감사드립니다
조만희 2018.12.18 18:17  
시인님의 깊은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