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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억

나옥순 0 265 0

가을의 기억

 

       나 옥 순

 

들꽃 향기에 취한 바람이

 

가던 길을 멈추고

 

꽃대를 부여잡고 소리 내어 울었다

 

쓸쓸하게 기억되는

 

봄날의 정분이 씨로 여물어

 

가을 땅에 떨어지자 바람은

 

길 떠날 새들마저 버리고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길 잃은 새들이 숲에서

 

바람을 기다리다

 

밤이 새도록 찬비를 맞았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다 사랑에 베인 상처가 아파서

 

가을에 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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