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루
나옥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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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0 07:52
가을 하루
나 옥 순
가을에는
하루 하루 걷기가 좋다 싶어요
여름에 지친 사연들이 촘촘히
벌어지는 자귀나무 가슴에 와서야
열을 내리고 식어 가는가 싶어요
붉은 강 숲에 일어서는 갈대의 잔 몸들이
예사로운 바람이 술렁거려
언덕아래 무릇풀 무덤에 매복하여 한풀 숨 죽이면
어느 나라 흘레 바람 기다린다는 소식에
해 잘 든 처마에 살던 제비
놀라 떠나버린 저녁
가을 나비 두 쌍의 날개로 번지 없는
대문을 두드리네요
아직은 순한 사람들이 남아 저녁마다
고단을 내리는 연기를 피우고
무던한 몸짖으로 진한 노을에 취하는 저기 마을은
나비가 두드리는 수취인이 아니어도
가을하루가 행복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