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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루

나옥순 0 426 0

가을 하루

       

           나 옥 순

가을에는

하루 하루 걷기가 좋다 싶어요

여름에 지친 사연들이 촘촘히

벌어지는 자귀나무 가슴에 와서야

열을 내리고 식어 가는가 싶어요

붉은 강 숲에 일어서는 갈대의 잔 몸들이

예사로운 바람이 술렁거려

언덕아래 무릇풀  무덤에 매복하여 한풀 숨 죽이면

어느 나라 흘레 바람 기다린다는 소식에

해 잘 든 처마에 살던 제비

놀라 떠나버린 저녁

가을 나비 두 쌍의 날개로 번지 없는

대문을 두드리네요 

 

아직은 순한 사람들이 남아 저녁마다

고단을 내리는 연기를 피우고

무던한 몸짖으로 진한 노을에 취하는 저기 마을은

나비가 두드리는 수취인이 아니어도

가을하루가 행복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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