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나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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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7 17:08
조 각 보
어느 해 겨울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은
아버지가 돌아오는 까만 밤까지 식지 않았다
정이 뜨거워 식지 않았다
기다림만 부여잡고 살아야 했던
고단한 엄마의 저녁
모시 조각보 주름이 칠흑 속 아버지를 기다리며 식지 않았다
바람이 당겨 가버린 시간
정이 뜨거웠던 엄마의 초상만이
나에 조각보로 남아 뜨거운 정을 본 대로 하였다
사랑을 기다리는 저녁
차려놓은 밥상이 모시 조각보 얼룩으로 흘러내려
흩어진 엄마의 기억을
한 땀 한 땀 빨아들이고 있다
엄마의 조각보는 오만과 성냄은 가위질하고
애착의 조각들은 미련 없이 밀어내고
사람과 사랑을 기워가고 있다
마음과 그리움의 정을 이어가고
가난한 행복과 부유한 마음을 겹치고 있다
조각마다 울긋불긋 빛깔로 번져가는 기다림의
저녁상은 엄마의 얼굴로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