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사는 빨간 집
나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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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0 13:30
여자가 사는 빨간 집
나 옥 순
면사무소로 가다 보면 빨간 집이 보인다
빨간 집에는
하얀 얼굴의 사연이란 문패를 단
여자가 살고 있다
사연을 기다리고 있는 저
빨간 집 여자는 언제부터
저곳에 집을 짓고 살았을까
소문에 빨간 집 여자는
허리 굽은 세월로 누워버린
헤진 넝마를 걸친 여인과 돌아올 수 없는
딸의 이야기도 전해 주었고
군에 간 막둥이 웃음이
밭고랑으로 어른거려
호미 던지고 바라본 어미의 먼 산 그리움
군에까지 전해 주었다는데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사연을
빨간 집 여자에게 보내었을까
빨간 집에는 하얀 얼굴의 사연이라는 문패를
단 여자가 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사연이란 기쁨보다 더 걱정만 가져오는
여자의 오랜 시간이었다.
나는 자주 빨간 여자의 집 앞을 지나간다.
우편이란 문패보다 사연이란
문패를 만지면서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