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억
나옥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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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0 22:18
가을의 기억
나 옥 순
들꽃 향기에 취한 바람이
가던 길을 멈추고
꽃대를 부여잡고 소리 내어 울었다
쓸쓸하게 기억되는
봄날의 정분이 씨로 여물어
가을 땅에 떨어지자 바람은
길 떠날 새들마저 버리고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길 잃은 새들이 숲에서
바람을 기다리다
밤이 새도록 찬비를 맞았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다 사랑에 베인 상처가 아파서
가을에 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