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간 고독
나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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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7 00:00
숲으로 간 고독
나옥순
밤 새 젖어버린 가슴 말리다
정염이 넘어오는 정오가 된다
붉은 살 툭 툭 떨어지는 여럿 가지사이
한 떼의 새가 차 나르면
어둠 속에 숨죽이는 나무가 모여 사는 저 숲
바람이 당기면 만장으로 풀어지는 머리카락
비 젖는 날이면
저고리 벗어 천지사방 뽀얀 고독을 펄럭인다.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계절이 넘어가도
곁에 붙어 떠날 줄 모르는 태생이 묵묵한 연인
그래서
숲으로 들어간 고독은 다시 나온 적이 없었다.
그와 마주한 오늘
네 번의 시간을 바꿔가며 내가 그런 척한다.
더 그런 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