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 / 윤석진.
윤석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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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1 22:23
포로 / 윤석진.
6월에는 건드리지 마세요
짙은 이파리가 무거워져
몸뚱이마저 생각이 서러운 나무입니다
낯선 바람의 섬 이사를 가
저를 데려간다면 그냥 내버려 둬요
까치소리라도 울리면,
그림자 따라 커튼이 되어
한세월 부둥키며 그대를 쉬게 하리니
6월에는 제발 내버려 둬요
당신은 말 못 해도
그대가 바람잡이라서 웅크리는 것은
그대도 나무가 되어
풍경을 볼 수 있는 그 자유가
바람의 궁전에 앉은 졸부도
철새라는 것을
#포로 #느티나무 #윤석진
■詩作 NOTE
오뉴월에 고목 느티나무를 이사 보낸다고 합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무성한 나무를 옮기는 건 아니지 싶어서요. 나무가 말을 못 해도 나무는 몸으로 말하는 게 보이지요.
생각을 도치해보면 나무처럼 인간에게 많은 걸 주면서 인간에게 포로로 잡혀 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6월은 비극의 역사 6.25가 터진 달이기에 포로가 되어 산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속내가 있을 겁니다.
우리네 삶도 나무와 다를 바 있을까요 산다는 건 때가 때를 기다리는 과정을 외면하면 안 되지요 방식과 현실의 괴리를 억지로 짜 맞추는 건,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는 일이기에 마음의 자유가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다는 이야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