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 윤석진.
윤석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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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22:39
수국 / 윤석진.
뽀얀 살결에 반해
수줍고 뭉근히 핀 꽃을 놓고
옆집 누이에게 길들여진 사춘기 질풍은
시간이 지나 시집을 간다기에
애송이 청춘 앓이가 막을 내리는 밤
수국 한 다발을 헤쳐 묶었다
설레는 마음도 바람이 싣고 갔는지
음악에 놓인 파도 소리라도 듣게 되면,
그날부터 안부는 바람조차 사치가 되어
그 작은 바람 때문에
기억조차 멀어진 이야기가
가슴으로 덧나게 솟는지
담장 사이에 부는 추억의 노래가
유난히도 짙은 그 목소리가
바람도 쉬어 가는 장고개 올라서는 날마다
가슴을 움켜잡는 그 철부지가
할미가 되고
할배가 되어보니
바람은 숨소리마저 고개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