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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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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 윤석진.



뽀얀 살결에 반해

수줍고 뭉근히 핀 꽃을 놓고

옆집 누이에게 길들여진 사춘기 질풍은

시간이 지나 시집을 간다기에

애송이 청춘 앓이가 막을 내리는 밤

수국 한 다발을 헤쳐 묶었다

설레는 마음도 바람이 싣고 갔는지

음악에 놓인 파도 소리라도 듣게 되면,

그날부터 안부는 바람조차 사치가 되어

그 작은 바람 때문에

기억조차 멀어진 이야기가

가슴으로 덧나게 솟는지

담장 사이에 부는 추억의 노래가

유난히도 짙은 그 목소리가

바람도 쉬어 가는 장고개 올라서는 날마다

가슴을 움켜잡는 그 철부지가

할미가 되고

할배가 되어보니

바람은 숨소리마저 고개를 넘는다




#수국 #윤석진fec422fa36fa8931ad494f5bd2e0b136_1590759530_2586.jpg

2 Comments
전수남 2020.05.30 08:46  
수국의 풍성한 모습에서.
연륜이 깃든 몸매로
치마끈을 질끈 동며매고
종가집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는
부잣집 맛며느리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주말 행복한 시간 되세요.
윤석진 2020.05.31 10:12  
존경하는 시인선생님
수국은 뭉실한듯 뭉근히 핀 모습이
어릴적 옆집 누이 가슴 같아서요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