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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보다가 / 윤석진.

윤석진 2 1130 0

모자를 보다가 / 윤석진.



모자를 쓰고 바람같이 오가며 어디든 갔다

야윈 모자는 광대처럼 불끈 솟았다


소나기처럼 피할 수 없었는지

등산용품점 마네킹에게 물었다

주인 여자는 반려견과 결혼하고

같은 모자를 강아지 이불처럼 덮었다

산객이 오면 꼬리를 흔들어

강아지 털 냄새를 실룩이며

바람이 들면 안대 삼아 눕는다


"고놈 참, 이놈 참,

모자를 쓸 때가 그래도 좋은 겨"


비도 눈도 없는 저녁이었다

실오라기마저 벗겨진 저 마네킹 여인이

창가 살아가는 법을 훔쳐보다가

시선마저 남루해진 중년의 눈빛에서

푸른 숲 산객으로 볼 수 있는 낡은 모자에서

산꿩 울어대는 소리가 났다



#모자를보다가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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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전수남 2020.05.20 18:22  
모자가 멋지네요.
날이 갈수록 싱그러움이 넘치네요
좋은 날 되세요.
윤석진 2020.05.20 23:52  

녹음이 울창해도
모자가 필요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