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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사는 골목 / 윤석진.

윤석진 2 1255 0

천사가 사는 골목 / 윤석진.



바람은 온기를 느낄 만큼 조명의 거리다

벌거벗은 몸은 골목에 서서

누런 서양 담배를 꼬나물곤 했다

지나가는 사내를 보노라면,

어릴 적 고향에 살던 착한 오빠를 보듯

오빠야 놀다 가라고 연실 소매를 잡았다

세월이 지난 골목은

도시 환경에 적응하며 달라지고 있다

천사들은 어디로 갔는지 홍등마저 간 곳 없고

물광 흐르듯 노래가 새어 나온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거늘

삼십 년도 넘은 골목이 그대로 있을 리 없다

낙숫물 소리 처마로 흐르는 날

천사들 뚝방에 봄비가 들어 몸살을 앓고

흠뻑 젖어 있을게 분명하지만,

아마도 그들은 시집을 갔거나

아주 멋진 카페를 열었거나

못쓸 병에 독한 약을 삼키며 연명할지도 모를,

바람의 소리 귀 기울여 살고 있는지

천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천사들이사는골목 #윤석진

2 Comments
전수남 2020.05.12 09:23  
잠시 옛 추억에 젖어 봅니다.
봄은 뒷걸음질하고
초여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푸르름의 계절
좋은 날 들 이소서.
윤석진 2020.05.12 11:15  
초하지절
간 밤에 내린 비가
온 세상을 짙게 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