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사는 골목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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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2 00:51
천사가 사는 골목 / 윤석진.
바람은 온기를 느낄 만큼 조명의 거리다
벌거벗은 몸은 골목에 서서
누런 서양 담배를 꼬나물곤 했다
지나가는 사내를 보노라면,
어릴 적 고향에 살던 착한 오빠를 보듯
오빠야 놀다 가라고 연실 소매를 잡았다
세월이 지난 골목은
도시 환경에 적응하며 달라지고 있다
천사들은 어디로 갔는지 홍등마저 간 곳 없고
물광 흐르듯 노래가 새어 나온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거늘
삼십 년도 넘은 골목이 그대로 있을 리 없다
낙숫물 소리 처마로 흐르는 날
천사들 뚝방에 봄비가 들어 몸살을 앓고
흠뻑 젖어 있을게 분명하지만,
아마도 그들은 시집을 갔거나
아주 멋진 카페를 열었거나
못쓸 병에 독한 약을 삼키며 연명할지도 모를,
바람의 소리 귀 기울여 살고 있는지
천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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