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낙엽을 줍고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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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4 10:16
바람은 낙엽을 줍고 (지화문에서)
윤석진.
푸른빛으로 부딪쳐 세상을 살다가
詩, 가을 비석공원 길에서
겨울비 적시며 봉인된 낙서 한 장
예쁜 옷 차려입고 뒹굴고 있다
나뭇가지 흔드는 가을 천둥소리
땅거미 진 노을마저 흔들어 삼키고
나그네 물들이던 남한산성
깃발은 오지랖처럼 휘날린다
계절을 여민 가을 안부
단풍잎 하나둘 철들어 떠나는지
시절을 긋고 사는 청춘 따라
무심하게 역사의 씨앗을 잉태했다
세월 밟는 길목에서
허공을 낙하하는 발자국 소리
지화문 따라 수많은 바람을 놓고
나뭇가지 낙엽을 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