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세월을 색칠하고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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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8 23:37
바람은 세월을 색칠하고 / 윤석진.
바람은 신들린 촛불을 들고 신음하며
날아가는 억새바람 오방색 소리 들리고
틀었던 둥지 새들은 찾아오건만,
소슬한 가을바람 들국화 향기를 몰고
옷깃 속 달려들고 있다
훨훨 들불 같던 광화문 연애 앓이
들판은 베어지고 거리는 황량한데
길 따라 사열하는 은사시나무 단풍 같은 사람들
삼삼오오 목롯집 해묵은 가을 해장을 하며
희미한 기억 안주 삼아
세월은 잔 속에서 파도치고 있다
빠르게 바뀌는 역풍의 뱃멀미
가을 낙엽처럼 홍역 앓이 지나면서
백신보다 좋은 면역항체가 생기련만,
단두대를 향해 외치는 피 끓는 바람의 물결
네 편 내편 색칠하고
색깔 하나로 두루뭉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