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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정원 / 윤석진.

윤석진 2 729 0

그 여자의 정원  / 윤석진.



여자는 자기가 심심하다고

오늘도 치부를 한다


사실은 말이야 남자는 

눈 내리면 미끄러질 걱정과

비 내리면 마음마저 축축하다는 둥

햇볕 좋은 날은 덥다는 둥 생각만 하지


그런데 말이야 여자는

눈 내리면 아이처럼 좋아하고

햇볕 좋은 날에도 바다 갈 생각에 즐겁고

비 내리면 커피 한 잔을 놓고 그냥 좋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는 말이야

치마가 자기네 전유물로 여기지만

사실은 말이야 남자가 먼저 입었다는 걸

여자는 알고 있다


여자가 화장을 고칠 땐

이미 시작되었다는 걸 남자는 알지만

여자는 남자가 먼저 다가오길 바라지


진즉 여자들은 말이야

언제나 떠날 준비를 미리 하지만

남자는 곰탱이라서 지난 후에야 모가지를 빼고

서성이는 어릿한 푸성귀라는 걸

그 여자들은 알고 있다


여자의 정원에서 남자가 심심하다고 하면

그건 무지한 배짱이 도지는 징조니

가슴을 헤집고 꽃을 심는 정원에서

여자는 날마다 거울을 꾸미고 있겠지


그건 말이야 

그 여자의 정원에서

남자를 잘 가꾸지 않고 몰라서 그래


한 여자의 정원에 앉아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둥 어설픈 이야기보다

같은 방향에 서서 바라보는 나무를 위해

정원에 핀 당신께 물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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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전수남 2019.10.14 08:16  
일상의 행복은 마음 속에 있겠지요.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가을 날 되세요.
윤석진 2019.10.14 14:36  
정원을 가꾸듯...
일상의 행복도 만들기 나름이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