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따라 걷는 두루미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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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8 21:22
달빛 따라 걷는 두루미 / 윤석진.
출렁이는 황금 들판 허수아비 세워놓고
고향산천 논두렁 길 서서
두루미 시절을 자맥질하고 있다
가을을 연주하는 풀벌레 소리
벼 이삭마다 아버지가 매달리고
구절초 향기 달님처럼 흘러 여무는지
강물 따라 총총걸음이다
여전히 관객이 된 농부의 자식
펄럭이는 만장 따라 걷던 길에서
두 팔 높이 흔드는 두루마기 춤사위
바람의 냄새 가을 하늘에 취하고
산마루 저녁노을 어머니 곁으로 비추더니
참새들 불러 잔치 걸어놓고
세월의 들녘 당신처럼 앉아 이삭 줍는지
만종 소리 따라 달빛이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