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行人)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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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1:56
행인(行人) / 윤석진.
낙엽 발자국 어디로 흐르는지
바람은 알 수 없고
가을바람 어디 머무는지 행인은 알까
아침이면 새 소리와 저녁이면 풀벌레 울음
창문 너머 책갈피 받치고 귀 기울이며
눈이 된 지팡이를 수그릴 뿐
바람 지나는 소리 외면하고
앉은 자리 유령의 분신처럼 서서
길게 늘어트린 해 그림자 따라
오래 묶은 나무만 알 수 있는지
남겨진 계절 앞에서
긴 여름과 짧은 봄날의 생각만 도드라지고
바람 부는 길 따라 세월의 근간을 분류하는지
낙엽은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