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놓고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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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5 01:02
커피 한 잔을 놓고 / 윤석진.
맑은 커피 한 잔 너무 심심해
뭉게구름 두 스푼 채우고
그래도 모자라 설탕 한 스푼 섞었다
가을엔 진하다는 생각에
내리는 빗물마저 가득 채워놓고
가열된 찻잔을 식힐 수 없었다
스치는 인연의 거리 창문 열고 바라보니
커피 향기만 번져 유혹하고 있는지
데워진 마음 하나 식힐 수 있다면
아직은 얼음을 채워 빨대를 꼽을 수 있는데
너무 뜨거워 한숨에 마실 수 없는
당신이라는 커피 한 잔을 놓고
우두커니 앉아 빗소리 따라 마저 채워보니
두 손에 부둥켜 식지 않는 체온처럼
한 모금씩 비워지는 시간만 흐르고 있다
테라스 좋은 찻집에 앉아 찻잔의 온기 따라
빗속에 타 마시는 것은
9월의 빗물 식힐 수 있을는지
따뜻한 커피 한 잔 연실 훔치는 일
온전히 흐르는 음악과 빗소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