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하나 꺾다가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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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9 23:18
꽃잎 하나 꺾다가 / 윤석진.
초연히 핀 너를 보다가
뽀얀 자작나무 앉은 매미 울음에
세월은 청춘을 염탐하고
여름은 가을을 조신하게
당기고 놓아야 한다
흘러간 시절의 노래 듣다가
소쩍새 울음 깊을 날
밤새 사각대던 으악새 소리
여린 갈대 숲 쓰러져 외면하고
수없이 된서리 치러야 한다
바스락 소슬바람 노래 듣다가
꽃인 것이 두려워
붉은 것이 두려워
어설픈 시절 요동치며 익었는지
고스란히 시간은 가을, 가을하고
속없이 꽃잎 하나 꺾다가
덩굴장미 끄트머리 앉은 절규
붉은 초록 한 송이 심장
중년의 문턱 그림자 길게 적시고
폭풍 같은 바닷속 몸 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