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나기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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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8 09:16
가을 소나기 / 윤석진.
가을이 흘러 내리고 있다
눈에 담겨 젖은 우산을 눈꺼플처럼 펼친다
너무 젖어 더 이상 젖을 곳 없는데
아니라고 되돌릴 수 있는지
차가운 찻잔을 채워 빗물은 비릿한 향기로 남는다
낙숫물 처마를 지나는 시간 저만치 지났는데
가을을 전하는 전령을 덮치고 있는지
마음의 찻잔 속 빗물이 넘친다
머물지 않는 가을 소나기 그 흐름만 흘러
시퍼런 나뭇잎 단풍 들 채비를 마치고
창밖 나무는 지쳐 흔들리는지
소나기 되어 나무는 뿌리마저 물에 잠겼다
젖은 꽃잎도 저마다 일 없이 피고 지고
향기마저 느낄 틈 없이 날아가는데
구절초 닮은 진액은 에스프레소 향기를 마시고
텅 빈 공간 온전히 채우는지
아침부터 가을이 온다
저녁 깊은 밤부터 세월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