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새는 줄 모르고 / 윤석진
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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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2 22:55
비 새는 줄 모르고 / 윤석진
꽃은 헝클어지면서
갈증을 달래는 심사 구름을 불러
하늘에서 비 새는 줄 모르고
태곳적 꽃 피기 전부터 비가 필요했다
혈관을 따라 피를 펌프질하는 작업
심장이 뛸 때 가능했고
호수를 덮여 초목을 식히는 구름
바람이 불 때 산과 들 혈색은 초록이다
지구를 작동시키는 소슬한 바람
환하게 핀 기억을 남긴 채
빗소리가 대지를 깨워 이름을 세워주고
꽃잎의 잔해 떨어내는 봄마다
호흡을 여는 바람의 연주
우산을 할퀸 자리 꽃의 연가
봄을 삼킨 언덕마다 비 새는 줄 모르고
산 중턱에서 나그네 바람을 걸친다
#비새는줄모르고 #윤석진
■사진>> 육괴정은 1519년(중종 14) 기묘사화로 조광조(趙光祖)를 중심으로 이상정치를 추구하던 신진사류들이 크게 몰락하게 되자, 난을 피하여 이천 백사면 도립리로 낙향한 엄용순이 건립하였다. 이곳은 산수유 마을로 유명하다.
*육괴정(이천 백사면 도립리 산수유마을)